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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마의 문화 리뷰/영화 리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과연 일그러진 것은 누구인가?

by 긍 마 2019. 4. 2.

과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병태인가? 석대인가?

아니면.. 그러한 영웅을 만든 우리들인가..

 

 

어린시절 교과서에 실려있던 이문열 원작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최근 유튜브에서 고화질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감상해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De0ZkC1mCxc)

 

역시 같은 작품이라도 나의 삶이 변화함에 따라 그에 대한 감상도 달라짐을 느끼게 되었다.

 

어린시절 일그러진 영웅은 당연히 '병태'라고 느꼈다.

아무도 도전하지 못한 절대적 권력을 지닌 석대에게 대항하다가 결국 그에게 '굴종'의 단맛을 느끼게 되는 병태가 일그러진 영웅 그 자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본 병태에 대한 느낌은 사뭇 다르다.

병태를 과연 영웅이라 할 수 있는가?

영웅이라는 것은 남들이 하기 힘든 어떠한 것을 해내는 인물을 뜻하는데 병태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동기 역시 다른 친구들을 위한다든지 아니면 불합리성을 깨트리기 위한 것이라든지가 아니라 순전히 서울에서 온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에서 오는 불만일 따름이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또 병태의 아버지가 군청 과장(?)이라는 고위직에 있지 않고, 촌지를 줄 정도로 가정 환경에 여력이 없었다면 과연 병태가 그렇게 투쟁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저 병태라는 인물은 영웅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다 실패한 부잣집 도련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석대가 일그러진 영웅일까?

석대 역시 영웅이 지니고 있는 단어의 의미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뛰어난 카리스마, 지도력, 영리함, 정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좋게 봐준다 해도 능력있는 '독재자'까지가 한계이지 영웅이라고 봐주기는 힘들다.

결국 개인의 사욕을 채우다 새로운 권력(6학년 담임)의 등장으로 무너져 버리는 어린 독재자였을 뿐이다.

 

결국 이 작품을 보며 느낀점은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였다.

영화 속에서의 '만순'이라는 학생은 석대에게 굴복하면서도 성인이 되었을 때 땅부자가 되어서 체육부장을 누르는 모습이 나온다. 그 모습을 봤을 때 결국 누구나 힘을 추구하고 그 힘을 가지게 되면 힘을 이용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라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삶은 바람직한가? 힘이 없을 때는 힘이 있는 자를 추종하다가 그 힘이 없어지면 바로 다른 곳에 붙는 기회주의적 모습은 인간으로서의 당당한 삶인가?를 고민해보게 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불의에 동조하고, 굴복하며 그저 하루하루 생을 이어나가는 삶은 가치로운 것인가?

힘으로 남 위에 서 있는 삶은 과연 행복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첫 번째 글을 마치고자 한다.

 

(엄석대의 잘못을 이야기하던 학생들 사이에서 한 학생이 반 친구들을 모두에게)

 

"니들도 다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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