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화의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번지 점프를 하다'라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이 장면이 기억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생' 과 '동성애' 코드로 당시 낯선 영화였지만
그래도 저에게 제법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그 중 국문학과 학생인 이병헌에게
이은주 씨가 묻죠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ㅅ 받침이냐고'
이병헌은 숟가락은 ㄷ 같이 생겼고 젓가락은 ㅅ같이 생겨서 라고 말하더니
아직 안 배웠다며 웃음으로 넘어갑니다.
정말 왜 숟가락과 젓가락은 받침을 달리 쓸까요?
발음도 어차피 [숟],[젇] 같은데 말이죠
한 문장으로 대답하자면
'어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고 답하겠습니다.
숟가락, 젓가락 모두 '가락'이라는 단어가 붙은 합성어입니다.
가락은 긴 물체를 나타내는 말이죠
둘 다 길죽하게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어원을 보면
숟가락 = 술+ㅅ+가락
젓가락 = 저(져)+ㅅ+가락 입니다.
(어원은 '져'이지만 ㅈ이 치조음에서 경구개음으로 바뀌어 '저'로 표기합니다.
굳이 모르셔도 됩니다. 져 나 저나 발음이 같잖아요 지금은 ㅎ)
젓가락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사이시옷 현상은 지난번 등굣길에서 설명 드렸었습니다.
젓가락을 발음하면 [젇까락]이라고 발음되는데
저가락 이라고 하면 [저가락]이라고 발음되겠죠
이럴 때 사이 시옷을 넣어 젓가락이라고 쓰는 것이죠.
자세한 것은 아래 글을 참조해 주세요^^
2020/01/20 - [긍마의 국어 교실/헷갈리는 맞춤법, 띄어쓰기] - 대가vs댓가 시가vs싯가 사이시옷 표기
반면, 숟가락 같은 경우는
밥을 한 술, 두 술 먹는다 할 때처럼
기본형이 '술' 입니다.
이틀 -> 이튿날 처럼
한글 맞춤법을 보면
‘ㄹ’ 소리가 다른 말과 결합하면서 ‘ㄷ’ 소리로 바뀌어 나는 경우
‘ㄷ’으로 적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숟까락]으로 발음 하는 숟가락을 숟가락이라고
표기하는 것이죠.
사실 이렇게 말해도 왜 굳이 ㄷ으로 썼느냐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규정이 그래요 정도의 설명이니까요.
오히려 극 중 이병헌이 말한
위트있는 대답이 더 좋은 대답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누가 이 문제를 물어 본다면
간단하게 저 정도로 대답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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